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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Books

[내 생애 단 한줄]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by Operarius_Studens 2019. 11. 8.

 

살면서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꿈은 끝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은 영원히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처는 끝내 나를 울게 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 어느 때의 나를 떠올릴 것이다.

'너눈 괜찮아질 거야' 말해주던 나를.

'너는 잘하고 있어' 위로해 주던 나를.

 

나는 나에게 준 힘으로 한 걸음 가 볼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볼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

부족한 게 많아도 나는 그냥 나인 채로 살고 싶다.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온전히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들은 남는다.

혼자인 법을 알지 못하면

기대고 바라고 매달리고 실망하고 미워하고

다시 기대게 된다.

너무 울어서 속이 빈 매미껍질처럼

조금씩 나를 잃어버리고 마음이 텅 비어 버린다.

 

나는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살다 보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묻고 싶은 일들이 생긴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는 그냥 내 자리에서

조용히 내 삶을 살았을 뿐인데.

 

억울한 마음에 자꾸만 세상을 노려보는 때가 있었다.

잘못 배송된 소포처럼 이 불행은 내 것이 아니라고.

나는 이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소리높여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겠다.

무작위로 불행을 안겨 주는 게

세상의 고약한 취미란 걸.

 

우리 중 누구에게도 그 차레가 올 수 있으니

'나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거야' 하는 일은 없다.

세상 모든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는 일에 애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어둠을 걷고 있던 나는 어둠이 되었다.

 

그 때는 알 수가 없었다.

밤이 끝나면 아침이 온다는 걸.

겨울이 끝나면 봄이 찾아온다는 걸.

어둠을 걷고 있을 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해 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해도

이뤄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팔을 뻗어도 손 닿지 않는 곳의 일들.

내 영역 밖의 일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너무 애쓰지 말아. 너무 노력하지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오래 자고 일어나렴.

그럼, 봄이 네 곁에 와 있을지 몰라.


우리는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다친 마음에 위로가 되는 것도

힘겨운 시간을 견뎌 낼 힘을 얻는 것도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는 당신이 아니다.

우리는 다르다.

낮과 밤만큼이나. 여름과 겨울만큼이나.



어떤 슬픔은 때로 그렇게 늦게 찾아온다.

믿어지지 않아서, 믿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슬픔을 잠시 보류해 둔다.

 

그러다 집에 돌아와서 방문을 열었을 때,

텅 빈 식탁을 보았을 때.

현관에 있어야 할 신발이 없을 때,

그렇게 부재의 증거가 하나둘 나타날 때마다

그제야 실감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제 여기에 없구나.'

그리고 그 순간, 웅크리고 있던 슬픔이 터져 나온다.

 

더디게 찾아온 슬픔은 더디게 간다.

 


미안한데 화를 낸다.

아니, 미안해서 화를 낸다.

못해주는 게 속상해도 화를 내고

능력 없는 게 한심할 때도 화를 낸다.

정작 화는 나한테 났으면서 엄마한테 화를 낸다.

돌아서면 금방 후회하면서도 화를 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본 사람은

마음에 사막을 갖고 있는 사람.

모래바람 서걱서걱 부는 그곳에서

잃어버린 사람을 부르며 운다.


결국 사람은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혼자서는 도저히 어찌 못하는 날이 생길 것이고

그럴 때 나는 너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너의 위로에 기댈 것이다.


우리는 상처로 이뤄진 사람.

나는 너에게 상처를 받고 그에게 상처를 준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지금의 사랑이 달라진다.


나의 불행했던 시간은 그렇게 너에게 위로가 된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도 그랬으니까.

언젠가 너는 나를 위해서

너의 불행했던 시간들을 꺼내 놓았으니까.


가장 믿었던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

마음을 많이 내어줄수록 상처도 크다.

좋았던 시간만큼 지워야 할 시간도 많다.


가장 좋은 시간에 끝을 생각한다.

떠날 때 돌아올 것을 생각한다.

 

모든 일엔 끝이 있으니까.

모든 만남엔 헤어짐이 있으니까.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 될 거라고.

언젠가는 괜찮아지는 날도 올 거라고.

좋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가지 않은 길을 오래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고

가족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던 때.

나는 그 생각들에 자꾸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길을 갔더라면 달랐을까?

좋은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에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가지 않은 길과 내가 갖지 못한 것들을

작은 상자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되도록이면 멀리 손 닿지 않는 곳에 치워 두었다.

스르륵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다 실수로 내가 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것뿐이다.


피해주지 않는 삶, 그 정도만 돼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은 그렇게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는 사람들 때문에 달라진다.

 

가만히 서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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